우리나라에 가장 큰 경제적인 영향을 주는 나라인 미국에서 파산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SVB은행, 즉 실리콘밸리은행은 최근 대규모로 투자한 채권의 손실과 이에 따라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뱅크런이 악재로 겹쳐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였다. 이는 은행에 대한 자구책 마련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총자산이 2,0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의 은행이 이렇게 단기간에 무너지는 것은 역대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중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졌던 워싱턴뮤추얼 사태와 관련된 악몽이 되살아 나는 것일까? 가장 주요 시장인 주식과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목차
1. SVB, 실리콘밸리은행은 어떤 은행인가?
SVB 은행의 모회사인 SVB 금융그룹은 기술과 생명과학 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 사모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상장 금융기업이다. 이 SVB 은행(Silicon Valley Bank)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중국, 이스라엘과 같은 곳에 영업을 하는 글로벌 회사이다. 앞서 언급하였던 2008년 금융위기 때 큰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안정적인 유동성관리로 미국 은행 자산 순위 16위의 중형은행으로 성장하였다.
2. SVB 파산의 원인
원인은 매우 단순하다. 바로 뱅크런으로 인한 자금의 유동성 하락과 지급할 돈이 없어 생긴 파산이다. 뱅크런이란 은행에 자금을 맡긴 고객들이 해당 은행을 신뢰하지 못하고 대규모의 자금을 인출하면서 발생하는 패닉 현상이다. 원인은 단순하지만 이 과정이 매우 단기간 내 발생하였다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악재로 다가왔다. SVB 은행의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국채 등 장기 자산에 투자하였고, 이는 불과 몇 년 전 저금리 시기에 적합하였지만 현재와 같은 예상치 못한 고금리 시기에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급변하는 세계경제흐름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변동성을 대비하는 것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여 실패라는 결과물로 남아버렸다. 어떻게 보면 SVB의 파산이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은 기업시장에서 가장 약자인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이라는 점에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금리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스타트업 기업들에겐 대출금리 상승과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이들의 자금줄이었던 고객의 저축자금은 인출이 불가한 상태까지 오게 되었다. 또한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긴 SVB 은행은 장기 보유 채권들을 손실을 보며 매도하게 되었고, 이는 고객들의 불안감에 불을 지피는 신호가 되었다. 이미 SVB 금융그룹의 회장이 손실을 공시하기 일주일 전인 2월 27일에 그룹주 약 350만 달러에 해당하는 1만 주가량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고객의 뱅크런은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3. SVB 파산,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
먼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우리나라 현 금융당국에서는 SVB 파산 사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SVB 파이낸셜 그룹에 투자한 주된 위험노출 국내기업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 국민연금의 경우 SVB은행의 주식을 약 10만 주(약 300억 원) 가량 보유하고 있던 걸로 알려져, 현재 주가기준 절반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회수 또한 불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에서는 현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모니터링을 가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손실의 영향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SVB 파산이 무서운 것은 미국 증시의 간접적인 영향이 나비효과로 다가와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대미 의존도가 높고 이 분위기가 국내에도 쉽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현 사태로 인해,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심리가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가 감소 할 것이고, 주가나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혼란이 컸던 국내시장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난 3월 10일 미국 주식시장은 결국 하락으로 마감하였다.
현재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10일, SVB은행 파산으로 인해 뉴욕증시가 폭락하며 마감을 하였는데 이는 전장 대비 다우존스 지수에서 1.07% 하락한 3만 1909.64 가량에 거래가 마감되었고, 에스앤피 500 지수는 1.45% 하락한 3천861.59, 나스닥 지수는 1.76% 하락한 1만 1138.89 가량에 마감되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은 전망이 어둡다. SVB은행은 주식시장에서 기술부문에 대한 노출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3.13일이 블랙먼데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먹구름이 끼지 않도록 기대해 본다.
4. SVB 파산, 부동산시장에 주는 영향
SVB 은행의 파산, 미국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SVB은행 파산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SVB은행은 주로 기술 및 혁신 중심 스타트업 기업의 대출 기관으로서 이들의 성장에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SVB은행이 파산하다면 이들에 대한 대출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고, 이는 곧 스타트업 기업들의 부도로 이어지게 된다. 이 기업들이 폐업하게 되면 결국 실리콘 밸리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은 누가 이용하게 될 것인가? 결국, 실리콘밸리 지역 부동산의 공실률은 상승하고 임대나 매매량이 줄어들며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부동산의 공급은 그대로인데, 주요 수요층이었던 스타트업 기업들이 폐업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시장의 기본원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는 실리콘밸리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SVB은행은 미국의 중형정도 규모의 은행이다. 이와 비슷한 규모 또는 소형 금융기관들에겐 이와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법은 없다. 즉, 주요 금융 기관들의 신뢰도 또한 잠식상태로 이어지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어, 현 연준의 금리인상 정책과 더불어 부동산 하락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가?
앞서 말한,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와 비슷할 것으로 보지만, 실물자산인 부동산만큼은 주식시장처럼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본다. SVB은행 파산으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고,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물자산의 효용가치는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 미 연준에서 SVB 파산 사태에 따른 정책기조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발표하긴 했지만,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상승하긴 어려워 보인다. 금리 상승과 반비례 관계인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훈풍을 맞는 반대의 상황이 놓일 수도 있다.
